세부정보
- 제목
- 압록(鴨綠)과 고려의 북계
- 저자
- 윤한택 외 지음
- 출판사
- 주류성
- ISBN
- 9788960000000
- 청구기호
- 911.04 윤92ㅇ
압록(鴨綠)과 고려의 북계
윤한택 외 지음
서희가 “강동 6주”를 획득한 이래 1100여년이 흐른 1900년대, 일본 학자 쓰다 소우키치는 『만선지리사』에서 서희의 담판에 관하여 이렇게 평하였다. ‘우리는 고려 사람이 그 영토권을 요구할 때 항상 그 역사적 연유를 사실보다 과장되게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쓰다는 당시의 압록강이 지금의 압록강 너머라는 고려인들의 인식은 그들의 거짓말 하는 버 릇에서 비롯된 환상이라고 폄하하였다. 그러면서 그런 대표적인 거짓말쟁이로 담판의 당사자인 서희를 가리켜 고려 국경선 비정에 혼란을 초래한 원흉이라고 성토하기까지 하였다. 『발해고』를 쓴 유득공은 자신이 생존해 있던 조선 후기의 압록강(鴨綠江)을 고려시대의 국경선으로 대입한 상태에서 발해사를 연구하자니 지리고증에 아귀가 맞지 않았고, 그러면 혹시 봉황성 서쪽에 또 다른 압록강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졌다. 그의 고민은 옳았다. 그가 간과한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안민강(安民江) 혹은 요하(遼河)로 불리던 압록강(鴨?江)이 또 하나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려 사람들은 당시 요하로 불리던 압록강(鴨?江)을 자국의 서북계로 생각하면서 살았고, 그것을 기록해 인식하고, 또 그 인식의 흔적을 『삼국유사』에 남겨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쓰다는 그것을 일방적으로 고려인들의 거짓말로 호도하였다. 거짓말을 잘하는 고려인들이 원래 산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지금의 압록강(鴨綠江)을 요하로 불리는 압록강(鴨?江)이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일방적으로 단정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우리 조상들은 한 결 같이 거짓말쟁이들일 뿐이었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고려인들을 거짓말쟁이로 왜곡하고, 고려사를 조작된 역사라고 빈정거린 쓰다의 편견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니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