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손홍규의 장편소설 『서울』. 독특한 상상력과 탄탄한 문장으로 폭력적인 현실 속 인간 존재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해온 저자의 이번 소설은 ‘종말 이후’의 서울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서울을 폐허로 만든 재앙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 재앙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폐허가 되어버린 서울에서 동생을 지키는 것만을 목표로 삼은 소년의 내면 풍경과 무너진 서울 곳곳의 거리를 교차해 그려내며 종말과 인간, 기억과 관계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재앙 이후 서울의 거리에는 시체들이 즐비하며, 정체 모를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비명과 신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변해버린 자들이 낮을 차지했고, 살아남은 이들은 낮을 피해 밤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그곳에서 소년은 동생과 함께 살아남았다. 동생을 지키기 위해 소년은 길을 나서고 그 길에서 자신들을 따르는 한 마리의 개와 남편을 잃은 여자와 그녀의 어린 딸, 소총으로 무장한 노인과 만나 그들과 일행이 된다. 사나운 짐승의 집요한 추격을 받고, 살아남은 인간들의 증오에 찬 습격을 받으며 위험하고 힘겨운 여정을 이어나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