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의 지휘자)카라얀

20세기 최고의 지휘자로 일컬어지지만 과도한 출세욕과 권력욕으로 기회주의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불꽃의 지휘자 카라얀』은 논란 어린 삶 속에서도 강렬한 빛을 발한 그만의 ‘음악’에 초점을 맞춰 카라얀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그려낸다. 격변의 20세기를 살아간 그의 평범하지만은 않은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20세기 음악사도 한 눈에 읽힌다. 저자 페터 윌링은 자신의 전문적인 음악 지식을 바탕으로 카라얀의 음악을 다채롭게 분석해낸다. 저자가 본 카라얀의 음악은 완벽함을 고집하면서도 코스모폴리탄적인 자유로움을 구가한다. 카라얀이 일찌감치 간파한 새 기술(LP, CD 등)을 적극 활용한 음반들은 그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이 되었다. 뮤직비디오와 HDTV가 도래할 미래를 내다봤던 카라얀의 선견지명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봐도 놀라울 정도다. 이 책에는 카라얀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었던 수많은 음악가들의 교우, 질투, 반목 등이 드라마틱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귀족 신분임을 과시하기 위한 예명을 선택한 일화나 대중들로부터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았던 나치스 입당의 뒷이야기, 정통악적 정적이었던 푸르트벵글러와의 대립, 최고의 연주라고 평가받는 베토벤 교향곡의 전곡 녹음, 정성들여 키웠던 제자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조피 무터의 성공, 유별나게 열정을 쏟았던 스포츠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은 카라얀에 대한 단편적인 일화가 아닌 생애 전체와 삶의 진정한 모습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독자들은 카라얀이라는 한 지휘자가 어떻게 한 시대를 풍미한 음악 거장으로 평가받는지, 카라얀이 20세기 음악사에 얼마나 대단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