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포퍼 논쟁

과학사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쿤과 포퍼의 논쟁을 재현한 〈쿤/포퍼 논쟁〉. 1965년 7월, 주목받는 신진 과학철학자로 성장하던 토머스 쿤과 명쾌한 논리로 철학계의 지성으로 인정받았던 칼 포퍼가 만나 과학의 본성에 대해 토론하였다. 그 한 번의 격돌은 지난 반세기 동안 공적 토론의 중심 주제로 군림해왔으며, 거기서 쿤의 다원론적 시각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이 책은 우리가 이 논쟁을 잘못 판단했을 뿐 아니라, 논쟁의 주역들이 풀어놓은 이야기의 맥락을 완전히 잘못 이해했다고 평가한다. 저자에 따르면 쿤은 과학의 개방성을 옹호한 것이 아니라 냉전의 압력에 맞닥뜨려 과학자들의 자율권을 지켜내려 애쓴 학자에 지나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포퍼는 '열린 사회'를 옹호했던 그의 철학적 입장에 걸맞게 비판적 합리성의 기수로서의 과학을 옹호했다. 저자는 쿤이 남긴 문헌자료들을 연구하며 패러다임 이론이 하버드 대학, 그리고 그 배후의 냉전시대 미국과 맺고 있는 정치적 관계를 조망하고 있다. 구체적인 현실 맥락 속에서 쿤과 포퍼의 논쟁의 의의를 되짚어보게 하고, 나아가 과학의 미래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