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 길들이기

〈민족주의 길들이기〉는 민족주의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로마 몰락에서 유럽 통합까지 민족주의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 가면서, 민족주의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저자는 약 1600년 동안의 민족주의 역사를 차례로 살펴보며, 그동안 학계의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민족주의를 둘러싼 쟁점들에 하나씩 답하고 있다. 즉, 민족과 민족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역사와 논쟁 모두를 전해준다. 그동안 민족주의는 공민적 민족주의와 종족적 민족주의라는 이분법적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합리적이고 공민적인 데 반해 동양과 독일, 이탈리아는 감정적이고 종족적이라는 이분법은 서유럽 중심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이 지배하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민족주의는 공민적인 성격과 종족적인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었으며, 민족주의를 양분하는 것은 민족주의의 형성 과정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로마 제국이 몰락한 이후 싹트기 시작한 종족에서부터 최근 개별 민족을 아우르는 유럽 민족을 창조하려는 유럽 통합에 이르기까지 유럽 민족주의 역사를 다시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민족주의 관념을 재검토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민족주의를 잘 길들여야 하며, 민족들의 공존과 공영을 위한 문화적 노력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대표성과 민주주의의 확대'가 민족주의를 길들이는 가장 유력한 방식이라고 결론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