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어디든

2007년 현대문학상 수상작가 이승우 장편소설. 2006년 3월부터 1년간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던 장편소설로, 작가는 '서리'라는 낯선 공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삶의 이면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있다. 폐인이 된 전 남편을 찾아 떠난 아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서쪽의 읍소재지로 근무지 발령을 받은 남자. 황량한 풍경,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늪처럼 빠져드는 곳 '서리'에서 한 남자의 기이한 행보가 시작되는데….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한반도 서쪽 끝에 위치한 '서리'라는 곳이다. 흩날리는 먼지와 개 짖는 소리뿐인 황량한 곳. 이 낯선 마을, 신기루 같은 공간에 주인공 유가 근무지 발령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살아 있는 모든 감각이 서서히 죽어가는, 그렇게 죽어감으로써 오히려 삶의 진실한 이면과 마주서는 곳. '서리'라는 공간은 소설 속에 축조된 가상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현대인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공간을 오버랩하고 있다. 소설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모순과 역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잠언의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현실이 아닌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어디에든 존재하는 곳 서리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행복한가'라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