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

〈호적 1606-1923〉은 호구기록을 통해 조선의 문화사를 살펴보는 책이다. 엄격한 신분제, 천대받는 여성, 가부장제적 권위가 이데올로기화 한 가족질서 등 우리가 전통으로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그리 오래지 않은 시기에 형성되었음에 주목하며, 호적이라는 국가공문서를 통해 어둠에 가려 있던 개인과 여러 계층의 일상적 삶에 접근하고 있다.『경상도 단성현의 호적대장』에 담긴 30만 명의 삶을 통해 조선후기 신분, 여성, 가족의 실체를 파헤친다. 이 책은『경상도 단성현의 호적대장』을 전산데이터화 하면서 인구자료를 통한 역사인구학의 정립으로 한국사의 특징을 동아시아사와 세계사적 맥락에서 밝히고자 한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의 지난 10여 년의 연구 성과에 기초한다. 1606년에서 1888년까지 280여 년간 30만 명이 등재된『경상도 단성현의 호적대장』은 대구와 울산지역 호적대장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장기간의 인구변동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중요한 자료이다. 저자는 조선시대 호적에 기록된 사람들을 일일이 파헤치는 미시적 분석을 통해 남성과 여성, 그리고 가족이 어떻게 국가의 필요성에 대응하면서 살아갔는지 다양한 삶의 궤적을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호적에 등재된 호구기록에 대한 계량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개별 가족의 사회문화적 활동을 일일이 추적하였다. 특히 국가와 가족의 관계에 주목함으로써 조선시대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한국 전근대사회의 인구현상이 가지는 특징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