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응급실

평화와 생명을 가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외과의사 조너선 캐플런의 지구 방랑기. 좋은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의사로서 최고의 수련을 거쳤지만, 안락과 안정을 뒤로한 채 세계의 변방에서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외과수술을 하게 된 저자가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겪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수술 장면의 묘사는 단호하게, 전쟁으로 인해 벌어지는 참혹상은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세계의 변방에서 고통과 잔인함을 맞닥뜨린 저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휴머니즘을 실천하고 직업적인 성취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곳에서의 의료 실태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내전이 야생동물의 삶에 심각한 해악이 된다는 것도 알려준다. 케이프타운에서의 아파르트헤이트로 인한 부상자 치료부터 걸프 전쟁 종전 직전 이라크 북쪽에서의 쿠르드 게릴라 치료까지,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한 혹은 잃은 저자는 강렬한 경험과 비극이 점철된 세계의 변방에서 자신이 믿는 인류애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갈등했다. 그리고 자신의 갈등을 바탕으로 이 책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과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전쟁, 그리고 현대 세계에서의 복잡하고 미묘한 의학의 역할에 대한 명료하고 인상적인 시선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