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 홍명희 평전

민족 문학의 대표 작품인 대하 역사 소설 〈임꺽정〉를 창작한 홍명희 소설가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평전. 이 책은 홍명희 소설가가 가담했던 사회운동과 정치활동에 대한 복잡한 논의는 과감하게 축소하고, 개인사와 인간적 면모에 밀착하여 홍명희 소설가의 삶을 재구성하였다. 홍명희 소설가는 혜경궁 홍씨가 출생한 풍산 홍씨 추만공파의 명문 사대부가 출신으로, 아버지는 경술국치 때 비분을 견디지 못하고 자결한 홍범식이다. 일제강점기 때는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홍명희 소설가는 1928년부터 1940년까지, 조선시대 양반가의 풍속과 일상생활을 유례가 드물 정도로 구체적이고도 생동감있게 묘사한 대하 역사 소설 〈임꺽정〉을 [조선일보]에 연재하였다. 그것은 양반 출신이 극히 드문 우리나라 근대 소설가들 가운데, 왕조 시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체험하며 성장한 홍명희 소설가만이 해낼 수 있는 묘사였다. 대하 역사 소설 〈임꺽정〉은 천민인 백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에서 일제강점기 때의 역사소설 중 극히 예외적인 작품이었다. 그러한 주인공을 선택한 데에는 역사의 주체는 민중이라고 보는 진보적인 역사관과 역사소설은 궁중비회를 배격하고 민중의 사회사를 지향해야 한다는 진보적 역사소설관이 작용한 것이었다. 8·15 광복 후에 월북하여 북한의 고위직에 있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그늘에 가려져왔던 홍명희 소설가의 생애와 사상을 추적하여 복원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