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와 무늬

세부정보

제목
흉터와 무늬
저자
최영미
출판사
랜덤하우스중앙
ISBN
8959243450
청구기호
813.6 최64ㅎ

흉터와 무늬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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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가 쓴 첫 번째 소설. 거울을 보는 '내가' 얼굴의 흉터를 의식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과거와 현재를 오르내리다 어느덧 사십 대가 된 화자가 다시 거울 앞에서 희미해진 상처자국을 응시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이 소설은, 정씨 일가의 가파른 괘적을 딸 하경의 입을 통해 전하고 있다. 이혼을 앞두고 있는 방송작가 하경. 그는 불치병을 앓다 미국에서 죽은 언니 윤경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실수로 부하를 죽인 아버지를 지워지지 않을 흉터처럼 안고 산다. 일정한 직장도 없이 사회의 변방을 떠도는 아버지와 순진한 어머니에게서 나서 성장한 네 딸의 비참하지만 눈부신 유년이 60년대와 7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이, 병약한 언니는 기억의 구석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경은 훗날 언니에 대한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말살한 데 대한 죄의식에서 벗어나고자 언니를 글로 복원하고, 정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아버지 역시 언니를 땅에 묻은 뒤 생활인으로 돌아오고, 세 딸이 출가해 새 생명들이 탄생하면서 위태로웠던 가족은 또 그렇게 유지된다. 어느 새 마흔의 나이에 접어든 하경 역시 자신에게 새겨진 흉터와 무늬를 세상에 묻으며, 가벼워진다. 절제된 문장과 강한 흡입력으로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를 거치며 살아남은 정씨 일가를 통해 지나간 연대, 우리들 아픈 삶을 조명한 이 작품에서, 작가의 깊고 내밀한 시선은 속깊이 감추어둔 상실과 고독의 어두운 동공을 파고듦으로써 상처를 정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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